이준선 외(2011). 한국역사지리. (주)푸른길: 서울

제 1장 역사지리학의 본질과 접근 방법 - 고려대학교 홍금수 


학문 발달의 과정에서 시간과 공간은 주목할 만한 족적을 남기고 있는데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영역에서 역사학과 지리학의 태동을 이끌었고, 두 학문이 끊임없이 교류하는 가운데 시간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학과 공간의 문제를 다루는 지리학이 만나 통섭의 학문인 역사지리학을 성립시켰다(20). 

학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건설적인 교섭, 다시 말해 융합을 정체성의 근간으로 하는 역사지라학이 독립된 연구 분야로 출범을 알리기까지 오랜 시일이 소요되었던 것은 시간과 공간의 전유를 주장하는 역사학과 지리학이 독립된 학문이라는 칸트(I. Kant)의 이분법적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21).

1940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배턴루지에서 열린 미국지리학회 연차학술대회에서였다. 사우어의 회장 연설은 지역이 가진 개성에 의미를 두고 현재의 지역 간 차이를 규명하되 과거와는 무관한 것이 '지리학의 본질'이라 역설한 핫숀을 비판하는 데 많은 부분을 할애하였다. 논쟁에서 사우어는 분분한 개념 논의로 지리학의 혼란을 가중시키거나 칸트가 강조한 비역사적이고 무미건조한 지역 연구를 지향해서는 곤란하다는 논지를 펴 시간과 지리의 조우를 공식적으로 천명하였으며, 이를 계기로 과거의 지리를 복원하는 역사지리학이 추진력을 얻게 된다(22).

요컨대, 역사지리학은 연구 대상, 주제, 관점, 방법론에 입각해 다양하게 정의되었고 학자에 따라 이해 방식을 달리하였지만, '과거지리의 복원'이라는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다. 이는 영국을 대표하는 역사지리학자 다비의 견해와 일치하는 바이기도 하다. 역사지리학은 결국 지난 시기의 지역, 공간, 장소를 배경으로 형성된 지리적 패턴과 그 변화상을 복원하고 설명하는 학문으로 정리될 수 있을 것 같다(26).

역사지리학은 궁극적으로 지역의 역사를 파악하고 과거의 지역 상황을 사실에 가깝게 재현하는 데 관여한다(26).

역사지리학의 구성요소로는 시간(time), 공간(space)ㆍ지역(region)ㆍ장소(place), 주제(themes), 사료(data), 기법(techniques), 접근방법(approaches), 방법론(methodologies) 등을 거론할 수 있겠다(27).

지역은 경계를 가지는 지리적 범역을 일컫는다(32).

공간은 기하학의 지리적 범위를 지칭한다(32).

장소는 집, 고향, 모국처럼 애착을 느낄 수 있는, 감정 이입된 실존적 지리 영역을 의미한다(32).

 지역 구분 또한 역사지리 연구를 수행하는 중요한 과정으로서 목적에 따라 구분의 방식과 유형이 달라지는데, 크게 등질지역과 기능지역(결절지역)으로 나뉜다. 등질지역(homogeneous region)은 지리적 속성과 변수의 유무를 기준으로 규정되는, 하나 이상의 인문 또는 자연적 특성이 공유되는 영역이라 하겠다. 기능지역(functional region)은 기능적인 상호 의존성 또는 통일성을 기준으로 구분한 공간 영역이다. 여기에 중심지로서 결절점과 그에 예속된 배후지, 그리고 구조에서의 계층성이 고려되면 기능지역은 결절지역(nodal region)으로 달리 불리기도 한다(33-34). 

민간에서 상용하던 경지 면적 단위에는 마지기와 하루갈이가 있다. 한 마지기는 한 말의 종자를 파종할 수 있는 논의 면적으로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략 120-180평으로 상당하였다. 한편, 하루갈이는 한 사람의 농부가 소 한 마리를 끌어갈 수 있는 밭의 면적으로 대략 800-1200평의 면적으로 환산된다(68).

역사지리는 공시적인 횡단면법과 통시적인 종단면법에 입각해 복원된다. 수평적인 방법의 일종으로서 횡단면법(cross-section method)은 정태적인 '형태'분석에 초점을 둔다. 연속적인 시간의 흐름 속에서 특정 시기를 대상으로 분석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먹기 좋게 잘라 놓은 식빵을 연상하여 '시간의 조각(time slice)'을 연구한다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 방법은 크게 한 시기만을 대상으로 한 단일 횡단면법과 다수의 시기를 분석하는 누적 횡단면법으로 나뉘며, 단일 횡단면법은 다시 초점을 어디에 두느냐에 다라 과거의 횡단면법과 유물에 기초한 횡단면법으로 구분된다.  (중략) 시간을 종관하여 역사지리의 변화에 초점을 둔 접근 방법을 일컬어 종단면법(diachronic subsection method)이라 한다. 통시법으로서 '과정'을 중시하는 동태적 분석을 시도할 때 원용하는 경향이 있다. (79-82)


제2장 한민족의 기원과 형성 과정 - 경상대학교 이전

 

민족(ethnicity)은 특정한 문화, 즉 동질적인 언어ㆍ종교ㆍ관습 등을 공유하는 인간 집단이다(103).

그런데 특정 단일 민족의 언어ㆍ종교ㆍ관습 모두가 반드시 동일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104). ex) 유대인, 한민족

민족의 존재는 시간을 초월하는 불변의 것이 아니고 역사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오늘날 한반도에 살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단일 민족이라고 말한다고 해서 과거에 한반도에 살았던 우리 조상들도 처음부터 단일 민족이었다고 이해해서는 안된다. (중략) 단일 민족은 역사 과정에서 형성된 것이지 태초부터 주어진 것이 아니다(104-105).

동일한 민족에 속한다고 인식하는 민족의식의 강약 정도는 민족을 구분하는 중요한 지표가 된다. 민족의식이란 한 민족의 구성원들이 다른 민족과는 구별되는 독자적 정체성(identity)을 집단적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중략) 인간 집단의 언어ㆍ종교ㆍ관습 모두가 동일하다고 할지라도 민족의식을 공유하지 않는다면, 그 인간 집단을 단일 민족에 속한다고 간주할 수 없다. 오늘날 대다수의 잉글랜드인, 웨일스인, 스코틀랜드인은 언어나 종교라는 측면에서 동질적이지만, 단일 민족의식을 공유하지 않기 대문에 단일 민족에 속한다고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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